씨앗페어링은 씨앗의 형질과 생장 원리를 인간의 삶과 연결해 탐찰하는 작업입니다. 식물은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 씨앗을 만들어내는 전 생애에 걸쳐 주변과 어울리며 계속해서 적응하고 변화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식물의 한살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생장 단계에 따라 드러나는 특징이 뚜렷하고 주변의 다른 생물들과 상호 작용을 하며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점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과 무척 닮았습니다. 그들만의 커뮤니티 또한 바쁘고 풍요롭습니다.
매년 5월이 되면 전국의 꽃집을 가득 채우는 카네이션은 대량 재배가 가능하고 절화 후에도 꽃이 싱싱한 채로 길게 유지되어 무척 경제적입니다. 꽃잎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아 유통 과정이나 판매 기간 중 손상될 확률이 낮죠. 상태가 좋은 건강한 카네이션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튼튼한 카네이션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이유, 꽃에는 특수한 공식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꽃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소비되는 만큼 튼튼하고 오래 지속되지 않더라도 화려하고 섬세해서 취급이 까다로운 비싼 품종일수록, 구하기 어려울수록 더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이 사실을 살짝 거꾸로 뒤집어보면 우린 그제야 카네이션의 풍부한 가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됩니다. 마치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귀고 싶다면 어떤 집에 사는지,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와 같은 사회의 기준을 뒤로 하고, 먼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을 알아가야 하는 것과 비슷하죠.
카네이션은 형태와 색이 무척이나 다채롭습니다. 인위적으로 전에 없던 형태와 색상의 신품종을 만들기도 하지만, 카네이션은 파란색이나 보라색처럼 진한 색을 제외하고는 이미 자연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죠. 새싹 돌연변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마치 현실에 안주하기보단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고정관념을 깨어 나가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진정한 가치와 매력은 때로는 무언가에 가려져 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경우가 있습니다. 이면의 것을 알아보는 진실의 눈이 필요할 때,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당근은 초반에 성장이 매우 더디지만, 어느 정도 본잎을 많이 올리고 나면 흙 속에서 급속도로 뿌리의 몸집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노지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는 경우, 이 때 잘 '솎아내기'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뿌리가 마음 놓고 커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작업이죠. 파릇파릇하게 잘 자라고 있는 당근들을 솎아내는 것이 아깝고 서운할 수도 있지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모두 움켜쥐기 보다, 가끔은 어느 정도 포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당근들은 흙 속에서 계속해서 몸집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뭔가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이 쉬이 사그러들지 않는다면, 움켜쥐고 놓지 못했던 마음 속 당근들을 솎아낼 때가 왔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아쉽고 싱숭생숭하더라도 솎아내기 작업을 잘 해내고 나면 멋지고 탐스러운 당근을 쑥 뽑아내는 순간이 찾아오리라고 믿어요. 흙 아래에서 조용히 시간을 갖고 자신을 길러내는 데 집중하는 것, 많이 수확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적당한 밀도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 당근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삶의 지혜를 되새겨 봅니다.
생태 텃밭의 동반 식물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토마토는 다른 식물과 두루두루 잘 어울립니다. 레몬밤이나 바질과 같은 허브와 함께 기르면 수분에 도움이 되는 매개자들을 끌여들여 토마토 수확량이 늘어납니다. 토마토의 무성한 잎은 주변 식물들에 내리쬐는 빛을 적당하게 가려주어 잎이 질겨지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주고, 흙의 수분 증발을 더디게 해 촉촉하게 유지하기도 합니다. 또 풋토마토에 있는 솔라닌이라는 성분은 자신을 습격하는 해충을 막아내기 위해 내뿜는 자연 살충제로 주변의 식물에게도 물론 도움이 되죠.
토마토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 식물입니다. 더불어 사는 까다롭지 않은 성정으로 제 한몫을 충분히 해내면서도 다른 식물의 과함을 덜어내고, 부족함을 보완함으로써 주변 식물 간의 좋은 연결고리가 됩니다. 다들 언제나 '제 몫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만, 도움이 없다면 이를 성취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조율해나가는 틈 속에서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한련화는 빛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전혀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햇빛이 풍부한 곳에서는 동그란 잎을 더 촘촘하고 넓게 펼쳐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군락을 이루지만, 그늘진 곳에서는 줄기를 길게 늘어뜨린 채 잎을 작게 만들어 에너지를 비축하고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따라갑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무난하게 적응하는 성질 덕분에 우리는 한련화의 경쾌한 모습과 우아한 모습을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곧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피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면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잘 알아차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조금씩 나에게 이로운 선택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위기는 기회가 되고 장애물은 도움닫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자연 상태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을 자생식물이라고 합니다. 타임도 그중 하나인데요. 한 자리에서 뿌리내리면 도움 없이 넓게 번식할 수 있는 타임에겐 주목할 만한 특별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타임은 무척 강한 식물입니다. 추위에 잘 견뎌 야외 겨울나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은 다른 식물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이에요. 억센 잔디처럼 넓게 퍼져 자라면서 한여름에 줄기와 잎이 바싹 타들어 가더라도 이내 가을이면 뿌리에서 새잎을 냅니다. 도톰한 새잎에서 뿜어내는 진한 향은 사람들을, 자잘하게 피는 꽃은 수분을 돕는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충분합니다.
이런 타임의 탄탄한 존재감은 천천히 오랫동안 자기만의 시간을 통해 쌓아 올린 결과입니다. 추위와 척박한 환경을 참고 견뎌내고 자리를 잡는 꾸준함은 정진하여 결국 한 분야에서 자기의 자리를 만들어낸 사람의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그 과정에는 위기와 회복, 정체 속 권태와 번성의 기쁨이 담겨 있습니다. 짧은 시간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지켜내고자 하는 집요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땅콩과 같은 콩과 식물들은 모든 식물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인 질소를 흙에 공급하여 땅을 무대로 삼은 여러 식생들의 건강한 생장을 돕습니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려 주변 환경을 돌보는 모습에서 다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 나가려는 태도가 느껴지죠. 이런 노력은 풍요로워진 땅속에서 탐스러운 열매를 길러내는 것으로 조용히 증명됩니다.
땅콩처럼 무르지 않고, 야무진 힘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가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또 그들을 지지하는 진실한 마음이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험준한 길일지라도 앞장서서 필요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공동체를 아끼는 마음이 가득해야 가능한 일이겠죠. 이런 노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번식은 식물의 숙명입니다. 첫 잎을 틔워내는 그 순간부터 깊게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든 이유는 다음 세대의 출현을 위한 과정입니다. 식물은 이전 세대부터 내려온 번식 방법을 꾸준하게 진화시켜 보다 유리한 방법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합니다.
기본적으로 씨앗은 번식을 위해 멀리 퍼져나가려는 습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냉이 씨앗은 작고 가벼워 쉽게 옮겨다닐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러 사람이나 동물의 발에 밟힐만한 곳에 자라, 이동하는 매개를 타고 넓은 지역에 퍼져 번식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낮고 평평한 지대에 잡초처럼 키가 작게 자란 냉이를 흔히 만날 수 있죠.
수레국화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들판을 밝히는 경관 식물임과 동시에, 때에 맞춰 줄기와 잎을 잘라 풋거름으로 사용하는 녹비 식물이기도 합니다. 버릴 데가 없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게도 관상, 식용, 음용, 염료로도 사용되는데, 최선을 다해서 주변에 이롭게 활용되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존재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증명해 낼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합니다.
줄기 끝에 동그랗게 작은 공처럼 피는 천일홍은 꽃잎에 수분이 거의 없어 꽃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데, 선명한 색이 바래지 않고 형태가 망가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의 꿈도 천일홍을 닮아야 하겠습니다. 눈에 띄게 크고, 대단히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당장 이루기 어렵더라도 변하지 않고 계속 마음을 밝힐 수 있어야 삶을 살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줄 겁니다. 자칫 도중에 길을 잃더라도 우리는 이런 빛을 보고 발을 내디딜 용기를 내어 앞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수레국화와 천일홍은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두상화서에 속합니다. 작은 꽃들이 조화롭게 포개져 훌륭한 화합을 이뤄낸 것인데요. 이 모습은 우리의 삶이나 꿈과도 매우 닮아있습니다. 어떤 큰일 하나를 해냄으로써 빛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의 노력이 모여 한 사람의 생애를 완성하는 것이지요. 매일의 충실함, 진실한 바람이 쌓여 나로서 빛나게 되었을 때 수레국화나 천일홍처럼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선명함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요.
한 개체에서 다채로운 색상과 패턴의 꽃이 피는 분꽃은 그 화려함이 모두 다른 팔색조의 매력이 특징입니다. 해가 지고 난 뒤, 분꽃은 잔뜩 오므렸던 꽃잎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핍니다. 캄캄한 어둠을 밝히려는 듯 형형색색의 꽃을 한껏 뽐낸 뒤, 아침이 되면 이내 꽃잎을 접고 새침해집니다. 한낮의 다른 꽃들과의 치열한 번식 경쟁을 피하고 야행성 곤충을 통해 수정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입니다.
해가 진 뒤, 뜨거운 햇빛처럼 치열했던 주변의 경쟁이 잠잠해지고 나면 분꽃은 더 많은 꽃을 자주 피우고, 짙은 향기를 내뿜습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영리하게 확보해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이 매우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니 새로운 삶의 방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캐모마일은 씨앗이 먼지처럼 작고 가벼워 바람을 타고 쉽게 이동합니다. 어디선가 날아와 채소 사이에 껴서 자라는 캐모마일을 뽑아낼까 하다가도 다른 식물의 병을 고쳐 ‘식물 의사’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니 이를 핑계 삼아 내버려 둡니다. 옅은 사과 향이 매력적인 캐모마일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대표적인 허브로 유명합니다. 주로 우리가 차로 우려 마시는 저먼 캐모마일의 꽃은 두통, 편두통, 신경통과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워낙 여기저기 피어 발에 채이기 십상인데, 오히려 이렇게 고난을 겪을수록 캐모마일은 깊게 뿌리 내리고 씨앗을 더 많이 퍼트리니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입니다.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서 역경에 지지 않고 회복하는 현명함을, 굴복하지 않는 의지로 끝내 꽃 피우는 모습에서 이로움을 나누는 따뜻함을 느낍니다.
해바라기는 알맞은 흙에만 심어주면 관리가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꽃봉오리를 맺기 전까지는 해를 쫓아 이리저리 제 몸을 틀며 방향을 바꾸다가 꽃이 만개하면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봅니다. 햇빛을 많이 받아 꽃 표면이 따뜻해질수록 많은 꿀벌들이 날아와 더 크고 많은 씨앗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자리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충분한 인내의 시간을 지난 뒤 길게 쭉 뻗은 해바라기의 줄기 끝에는 태양을 닮은 큰 꽃이 달립니다. 해바라기는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여 하나의 큰 꽃을 이루는 두상화서 식물로, 작은 꽃들이 일제히 수정되면 하나의 해바라기에서 약 1,000개의 씨앗이 만들어집니다. 단 하나의 씨앗을 심더라도 수많은 결실과 새로운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것이죠.
상쾌한 향으로 익숙한 페퍼민트는 워터민트와 스피어민트의 교잡종으로 생명력이 굉장히 강한 허브입니다. 섬세하게 돌보지 않아도, 굳세게 제 갈 길을 찾고야 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줄기의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를 영양생식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원줄기에서 떨어져 나와도 금세 새로운 뿌리를 내려 무섭게 번식합니다. 민트류의 식물들은 모두 번식력과 생존력이 대단하기에 미운 사람 정원에 몰래 민트를 심어 정원을 온통 민트밭으로 초토화시킨다는 민트 테러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식물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키우기에도 아주 낮은 레벨에 속하는 허브죠.
페퍼민트는 뿌리만 잘 살아있다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봄이 오면 다시 번성합니다. 페퍼민트 줄기가 땅속에 길을 내며 옆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면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신세계를 찾아 떠나는 모험가 같습니다.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제 몸이 닿는 곳이라면 길쭉한 줄기를 뻗어 잎을 먼저 피우고, 적당한 곳이라 생각하면 이내 뿌리내리고 또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납니다. 안주하지 않고, 뜻밖의 길로 나아가는 페퍼민트의 대범함에서 더 큰 세상을 마주하는 가능성이 돋보입니다.
참나무잎을 닮아 이름 붙여진 오크 리프는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고 잎 면적이 좁은 편입니다. 오크 리프는 성장이 빠르고 환경에 유순하게 적응하여 처음부터 웃자람 없이 탄탄하게 자랍니다. 빛이 비교적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실내 베란다 가드닝의 대표적인 채소라고할 수 있죠.
얇고 주름진 잎을 사방으로 뻗으며 자라는 다른 잎채소들과 달리 오크는 매끈하고 도톰한 잎을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냅니다. 마치 자신이 갈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확신에 차있는 듯한 단호함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양분이 부족하거나 기온이 맞지 않으면 오래된 잎을 떨구고 어린 새잎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에 집중해 목표를 이루어 내는 오크 리프에게서 끊임없이 성장을 꿈꾸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땅에서 자연 번식하는 물냉이의 줄기는 땅을 기어가듯이 수평으로 자라는데, 줄기의 마디마다 새로운 뿌리를 뻗어 옆으로 퍼지며 자리잡습니다. 이렇게 동일한 개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꾸준히 환경에 적응하고, 모체가 사라지더라도 여러 해 동안 번식하며 새 생명을 이어나갑니다. 또한 물냉이가 갖고 있는 고유한 화학 물질인 ‘글루코시놀레이트’와 ‘미로시나제’는 스스로의 생체 기능을 증진하는 놀라운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곰팡이, 곤충, 초식동물 심지어 다른 경쟁식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주어진 환경에 영민하게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최선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물냉이의 생존 방식에서 우리는 식물이 가진 본연의 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주도성을 잃지 않는 법,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방식 그리고 기운차게 살아내는 의지를 곱씹어보며 우리의 삶에 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 계기를 만들어보세요.
결국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예요.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보송보송한 레몬밤 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향으로 시끄러운 고민들을 잠재워보세요. 레몬밤 에센셜 오일의 주요 성분인 시트로넬랄은 산화스트레스 상태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항산화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억제합니다.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이 허브는 항생제의 내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전통적인 약초입니다.
레몬밤의 향은 우리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더 이상 긴 밤을 지새우지 않도록 불면증을 다스립니다. 잎을 살짝 쓰다듬어 손끝에 묻은 향을 즐기거나, 뜨거운 물에 우려 차로 마셔보세요. 금세 주변에 퍼진 레몬 향이 우리의 기분을 가볍고 산뜻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자주 보지는 못해도 늘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소중한 친구처럼요.
산딸기를 뒤집어 놓은 듯 작고 동그랗게 피는 천일홍은 여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래도록 피고 집니다. 붉은 계열의 짙고 화려한 색이 돋보이는 천일홍은 다른 대부분의 꽃들과 달리 수분이 거의 없어 바싹 마른 뒤에도 선명한 색과 앙증맞은 모양이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 덕분에 천일 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천일홍이라는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오래도록 지켜 마땅합니다. 소중한 만큼 그 마음을 상대에게 자주 보여주고 표현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크고 값진 선물보다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면 충분할 거예요.
수레국화는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녹비식물이자 동시에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대표적인 경관식물입니다. 가을 추수가 끝난 자리에 심겨진 수레국화는 다음해 5월이 되면 신비로운 푸른빛의 꽃으로 들판을 뒤덮습니다. 꽃이 질 때쯤 줄기째 잘라 땅속에 묻어두면 수레국화의 잎에 함유된 풍부한 질소 덕분에 다음에 심을 벼, 콩, 깨와 같은 작물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수레국화 덕분에 양분이 가득해진 흙에서 다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듯, 우리는 일상의 많은 순간들을 서로의 도움으로 지켜낼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은 고마움이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순수한 기쁨으로 태어나는 순간, 당신이 만든 기름진 땅의 진가가 발휘될 거예요.
금영화는 하나의 두툼한 뿌리를 곧게 뻗어 내리는 직근성 식물입니다. 터를 잡고 차근히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 처음 심은 곳에서 이리저리 옮겨 심으면 제대로 자라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뿌리를 내리면 가뭄이나 추위 같은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도 잘 적응합니다. 뿌리는 어렵게 자리 잡은 만큼 한층 더 단단하고 깊어집니다.
오랜 시간 서로를 지지하며 두터운 신뢰를 다져나가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금영화의 뿌리처럼 한결같이 늘 같은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서로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꽃피울 수 있었겠죠. 그 바탕에 자리잡은 든든한 믿음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완두는 꼬불거리는 덩굴손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작은 키에 비해 큼지막한 잎이 조금 힘겨워보일 때 쯤 덩굴손을 주변에 있는 물체에 휘감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함께 자라고 있는 다른 식물의 줄기, 누군가 꽂아준 단단한 막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하늘거리는 끈도 완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완두의 덩굴손은 잎이 변형된 것으로 무언가를 타고 올라가기 보다는 스스로를 지탱하고 자세를 바로잡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지주대를 부여잡은 완두의 덩치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모습을 보면, 삶은 꼭 혼자 바로 서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듯 합니다. 힘들 땐 기대도 된다고 말해주는, 나를 지탱해 줄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덩굴손을 뻗었을 때 흔쾌히 어깨를 내주었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땅 위로 몸을 바싹 엎드려야 하는 운명을 피하고, 바람이 이파리 밑으로 통할 수 있었던 다행은 모두 그들 덕분이었으니까요. 언젠간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가장 길고 단단한 지주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하여 제우스의 분노를 산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기억하시나요? 비록 그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지만, 인간은 그 불을 이용해 문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죠.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류의 지평을 넓혀준 불, 프로메테우스는 그 가치있는 선물을 펜넬의 텅 빈 줄기에 숨겨 건넸습니다.
대부분의 식물과 달리 펜넬의 줄기는 안쪽이 비어있습니다. 물과 양분을 운반하는 관다발이 줄기 가장자리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텅 비어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줄기 한가운데에서 이내 새로운 싹이 돋아납니다. 그렇게 자란 줄기는 또다시 새로운 줄기를 한 겹씩 피워냅니다. 텅 빈 펜넬의 줄기는 새로운 시작을 담을 그릇이자, 가능성을 지켜주는 보호막이었던 셈입니다.
이미 가득 찬 상태로 더이상 다른 것을 담을 수 없는 상태라면, 오래된 것은 비워내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보세요. 우리의 머리와 마음속에 작은 틈을 만들어 빈 공간을 마련해 두었을 때 비로소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