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기에는 오늘과 내일의 차이가 별반 다르지 않은 정적인 생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의 세계는 오히려 역동적이고,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 못지않게 치열합니다. 숙주를 찾아 기생하며 서식지를 침략하고, 번식 경쟁을 피해 전략적으로 꽃을 피우고, 더 먼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동물들을 도발하여 유인합니다. 고요한 전쟁입니다.
번식과 진화를 위한 식물의 무수한 선택과 그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그들의 본질을 깨닫는 건 우리 삶에 필요한 감각과 중요한 지혜를 얻는 계기가 됩니다. 달맞이꽃처럼 밤에 피어나 경쟁 스트레스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토마토처럼 주변 식물들과 협업하여 어디서든 환영받는 방법 등 풀리지 않던 고민이 갑자기 단순하고 명쾌해집니다. 모든 일에 정답은 없지만,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결정하는 일이 한결 쉬워지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때를 알고 번성하는 식물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를 배우고 그 방법을 구할 수 있습니다. 식물마다 자라날 토양과 기후가 다르듯, 우리 또한 각자의 시간과 삶의 방식이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